할아버지~ 밤 9시가 다되어가네요 지금쯤 9시 뉴스를 기다리며 꾹 다무신 입으로 TV소리를 높이고 계실 시간이네요 MBC뉴스 보자고 채널을 돌리면 호통을 치시면서 KBS 뉴스를 보시겠다고 하시겠지요?
저녁상이 들어왔을 땐 할머니 기도를 기다리시며 혼자 지긋이 눈을 감고 TV소리를 줄이시고 식사 전에 꼭 먼저 물김치를 한 수저 드시던 할아버지...
오늘은 일요일이예요 움직이시는게 귀찮으셔도 오늘 교회는 다녀오셨나요? 그러고보니 할아버지랑 같이 예배봤던게 참 오래 전 일이 되었네요
이제야 할아버지~ 하고 불러봐요 죄송해요 맨날 바쁘고 늦게 끝나서 철산동에도 자주 못가서요 제가 어릴 땐 매일 일만 하셔서 손톱 밑에 늘 흙때가 껴있으셨는데 검지 손톱 하나가 어릴적 생손 앓으셔서 비틀어졌었는데 그 손이 오늘 왠지 보고싶어져요 그 손으로 멋있게 경례도 하시고 제가 손 잡아드리면 두 눈을 껌벅거리시면서 옅은 미소만 입가에 드리우셨잖아요~
지금도 철산동에 가면 할아버지가 계실거 같아요 구석지 돌침대 위에서 평생 보시던 TV를 트시고 또 일본 스모경기 장면을 보시고 계실 것 같네요
할아버지~ 오늘 철산동에 계시면 밤 늦게라도 들러서 할아버지 주무시는 것만 살짝 보고 왔으면 좋겠어요 ...